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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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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는 그랬다. 부유한 서구 산업국 대부분의 사람에게 죽음은 이국적이고 낯선, 일상과는 동떨어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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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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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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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는 그랬다. 부유한 서구 산업국 대부분의 사람에게 죽음은 이국적이고 낯선, 일상과는 동떨어진 경험이었다. 죽음과 거리를 두면서 건강하고 행복하며 고통 없는 긴 삶을 기대하는 우리 태도는 인류 역사에서 보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죽음을 멀리하고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 있는 사치는 지금 시대와 몇몇 장소에만 있는 일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죽음과 시신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하던 것이었다. 1800년대 초반에는 어린이의 절반이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했고, 1860년 미국 평균 기대 수명은 약 40세였다. 죽음은 친숙하고 가까운 존재였다. 직접 가축을 도살하는 일이 흔했고 치명적인 전염병도 널리 퍼져 있었다. 수술이나 출산 중에 죽는 일도 일상이었다.
19세기 우리 조상에게 '좋은 죽음'이란 집 침대에 누워 친구와 가족, 그리고 아이들까지 곁에 두고 죽는 것이었다. 요양원이나 호스피스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대가족 속에서 살고 집에서 죽었다. 주로 여성 가족이 시신을 닦고 준비하며 옷을 입혔고, 시신을 관에 넣고 거실에 놓았다. 조문객을 맞고 장례 전 함께 밤을 새우기도 했다. 시신은 꽃으로 둘러싸였는데 이는 아름다움과 신성함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불쾌한 냄새를 막기 위해서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에는 옷과 장신구로 애도를 표하는 기간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집 앞에 검은 리본이나 장식을 달아 죽음을 알리기도 했다. 고인과의 관계에 따라 애도하는 방식과 기간이 문화적으로 정해져 있었고, 예술과 공예를 통해 죽은 이의 기억을 가까이 두기도 했다.
이런 전통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때는 여러 사회적 변화가 있던 시기였다. 의료와 위생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길어졌고 삶의 질도 개선됐다. 더 많은 사람이 집이 아닌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시신은 전문 장례식장이 관리하는 일이 많아졌다. 장례식장에서는 시신이 더 오래 신선하게 보이도록 방부액을 사용하는 신기술을 도입했다. 개인적인 애도는 점점 눈에 띄지 않게 됐고 지나치게 오래 애도하는 것은 문제, 심지어 병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죽음이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동시에, 어쩌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죽음은 종교, 의식, 신화 등 인간이 의미를 만들어내던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게 됐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과학과 의학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과학적 세계관은 죽음에 관한 수많은 ‘사실’을 제공해 줬지만 우리에게 ‘의미’를 전달해 주지 못한다. 과학의 관점에서 죽음은 단지 끝일뿐이며, 의료적 개입의 실패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인간이라는 것, 그러니까 인간의 조건 중 하나는 우리가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고민하는 존재다. 죽음의 신비는 수천 년 동안 우리에게 근본적인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게 했다.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죽는가? 죽은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 대부분의 조상은 오늘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는 매우 다르게 세상을 봤다. 이를 상기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들은 우주를 영혼이 깃든, 혹은 영적으로 충만한 곳이라 생각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들이 삶과 죽음의 모든 면과 깊이 얽혀 있다고 믿었다. 인류 역사 대부분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과 답은 역사적 세계관이나 과학적 방법의 인과적 관계에서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신화와 종교를 통해 찾아졌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에서는 물려받은 유산이나 사회경제적 계층이 삶의 길이와 질을 결정한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대신 인생의 실을 자르고 엮는 3명의 운명의 여신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다. 중세 기독교 유럽에서는 흑사병을 세균성 질병이라 생각하지 않고 사회나 고통받는 개인이 신의 벌을 받을 만한 죄를 저질렀다는 징조로 여겼다. 마찬가지로 마야 세계에서는 질병이 신체적, 영적 불균형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믿어졌다. 자연과 사회의 법칙을 어긴 벌이나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 영혼이 붙잡힌 결과로 말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신화를 단순한 옛날이야기로 치부하지만,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 그리고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을 포함한 많은 저명한 사상가는 신화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진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서사로 이해했다.
융 학파의 정신분석학자 마리온 우드맨이 지적했듯, 신화는 인간 경험에 내재된 고난과 시련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녀의 말로 빌리자면 ‘신화나 종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즉 파괴와 창조, 죽음과 재탄생 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개인은 인생의 신비를 의미 없는 혼란으로 혼자 겪게 된다’.
그렇다면 부유하며 세속화된 서구식 산업사회에 사는 우리도 오늘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어떤 신화를 따라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죽음에 대해, 왜 죽는지, 죽은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형성하고, 우리가 세상과 우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믿음을 지탱해 주는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 걸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겠지만, 이 신화는 아마도 과학, 더 구체적으로는 '과학적 유물론'이라고 불리는 과학의 한 분야일 것이다.
과학적 유물론, 혹은 물질적 환원주의나 과학주의로 알려진 이 관점은 우리 주변의 물질과 자연과학이 연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세계만이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이 세계관에서 인간의 의식은 뇌 활동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의식은 육체의 죽음과 함께 끝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우리는 단지 신체일 뿐이며, 죽음 이후에도 살아남는 영혼이나 다른 어떤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게임 끝.
내가 여기서 과학이 우리 시대의 신화라고 하는 것은 결코 과학을 믿지 않는다거나 그것이 실재하거나 진실이 아니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다. 단지 과학이 제공하는 렌즈가 신화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다. 노벨상 수상 생물학자 프랑수아 자콥은 이렇게 말했다. ‘신화와 과학은 모두 인간에게 세상과 그것을 지배한다고 여겨지는 힘들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둘 다 가능한 것의 한계를 정한다’.
당신은 죽음의 신비를 만족스럽게 해결해 주는 믿음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이 특정한 역사적 시점에 많은 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우리 조상의 대부분과 달리, 우리는 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과학적 모델 외에는 신화나 믿음이 없다.
과학적 모델은 죽음을 하나의 끝으로 간주한다. 이는 우리가 좋든 싫든, 우리 스스로 믿음과 이해를 개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칼 융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만의 '개인 신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책 『메멘토 모리』에서 나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는 12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래는 독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돕는 몇 가지 질문들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족이 가지고 있는 믿음이 필연적이거나 입증할 수 있는 진리가 아님을 알게 되는 첫 단계다. 그리고 우리가 믿는 것에 대해 더 신중하고 깊이 생각한 선택을 하기 위한 첫 번째 중요한 단계다. 이를 아는 것은 진실된 느낌을 주는 무언가로 해롭거나 쓸모없는 생각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한다.
■ 이 기사는 시연용 임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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